


"초록빛 쑥 군락의 틈바구니를 뚫고 불쑥 솟아오른 짙은 보랏빛 꽃방망이, 한국 특산식물 백양더부살이의 신비로운 자태이다.
스스로 잎을 틔우지 못하고 숙주에게 삶을 의탁하는 기생식물이지만, 봄볕 아래 찬란하게 빛나는 보랏빛 통꽃은 자연의 경이로운 공생과 다양성을 조용히 웅변한다."
스스로 잎을 틔우지 못하고 숙주에게 삶을 의탁하는 기생식물이지만, 봄볕 아래 찬란하게 빛나는 보랏빛 통꽃은 자연의 경이로운 공생과 다양성을 조용히 웅변한다."
백양더부살이
Orobanche filicicola Nakai ex Hyun, Y.S.Lim & H.C.Shin
■ 형태 및 생태적 특징 상세
- 엽록소가 없는 기생식물의 삶: 식물체 전체에 엽록소가 없어 녹색을 띠지 않으며, 스스로 광합성을 하여 양분을 만들지 못한다. 따라서 잎은 광합성 기능이 상실된 채 줄기에 비늘 조각 모양(인편상)으로 듬성듬성 붙어 있다. 땅속의 짧고 굵은 뿌리가 숙주인 사철쑥, 맑은대쑥 등 쑥류의 뿌리에 흡착하여 물과 영양분을 빼앗으며 살아간다.
- 선모로 덮인 화려한 보랏빛 꽃: 5~6월경 10~30cm 높이의 줄기 끝에 입술 모양의 짙은 자주색 또는 보라색 꽃이 이삭꽃차례(수상화서)로 빽빽하게 모여 핀다. 화관은 통 모양이고 끝이 위아래로 갈라지며, 식물체 전체와 꽃부리 표면에 가느다란 선모(glandular hair, 끈끈한 털)가 빽빽하게 덮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 '백양더부살이' 이름의 유래와 고유종: 1928년 일본인 학자 나카이(Nakai)가 전남 장성의 '백양사' 인근에서 처음 발견하였고, 숙주 식물의 뿌리에 붙어 '더부살이'를 한다고 하여 이름 붙여졌다. 오랫동안 멸종된 것으로 여겨지다 2000년대 들어 다시 군락지가 발견된 한국 특산식물(고유종)로, 현재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철저히 보호받고 있다.
■ 주요 열당과(Orobanchaceae) 기생식물 생태 비교 (5종)
| 구분 | 백양더부살이 (본 종) | 초종용 | 야고 | 오리나무더부살이 | 가지더부살이 |
|---|---|---|---|---|---|
| 주요 숙주 식물 | 쑥속 식물 (사철쑥, 맑은대쑥 등) | 쑥속 식물 (주로 해안가 사철쑥) | 억새, 띠, 양하 등 벼과 식물 | 두메오리나무 뿌리 | 참나무류 뿌리 |
| 꽃의 색상 및 형태 | 짙은 보라색 (입술 모양 통꽃) | 연한 보라색~청자색 | 담홍자색 (가늘고 긴 담뱃대 모양) | 적갈색~황갈색 (육질의 원주형) | 연한 황백색~흰색 |
| 주요 서식지 | 장성(백양사), 제주 등 내륙 양지 | 주로 바닷가 모래땅, 강가 모래밭 | 제주도 및 남부지방의 억새밭 | 백두산 등 북부 고산지대 | 전국의 깊은 산속 낙엽수림 하부 |
| 형태적 차이점 | 꽃차례가 다소 성기고 선모가 발달 | 꽃이 빽빽하며 전체에 흰 털이 덮임 | 꽃자루가 매우 길고 끝에 한 송이 핌 | 솔방울처럼 생겼으며 식물체가 굵음 | 식물체 전체가 뭉툭한 원기둥 모양 |
※ 생태 메모
백양더부살이와 가장 가까운 친척인 초종용(Orobanche coerulescens)은 형태적으로 매우 흡사하여 전문가들도 구분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대체로 초종용이 해안가 사구에 핀다면, 백양더부살이는 내륙의 쑥 군락에서 발견되며,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화관을 덮고 있는 털의 형태(선모의 발달 유무)나 꽃의 밀도, 색상 등으로 미세하게 구분한다. 남의 뿌리에 의존하는 삶의 방식 때문에 멸시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나, 특정 숙주와 고도의 공진화를 이룬 기생식물은 생태계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증명하는 귀중한 지표이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특산식물인 만큼, 자생지에서 발견할 경우 절대로 훼손하거나 주변을 파헤치지 말고 일정 거리를 두고 조심스럽게 촬영해야 한다.